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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갈데가 없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누나
기사입력 2017-01-12 오전 10:02:00 | 작성자 bfc |
더 갈 데가 없으니새로운 세상이 열리누나

해남 달마산 도솔암

컨텐츠 이미지

해남의 도솔산은 물건이다. 높이는 비록 500m도 안되지만, 산 전체에는 영기가 가득 차있다.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라고 당나라 시인 유우석은 갈파했다. 달마산은 신선이 살만 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땅끝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땅 끝’이라는 단어는 어감이 다르다. 끝이라는 것은 더 이상 갈데가 없다는 뜻이다. 한반도의 땅 끝인 해남, 그리고 그 해남을 관통하는 달마산은 ’땅 끝 산’이다. 더 이상 갈데가 없다. 더 가면 바다이다. 산이 바다를 만나면 거기서 멈추어 선다. 그리고 기운을 만든다. 화기와 수기의 교류가 그것이다. <주역>에서는 수화기제(水火旣濟)라고 말한다. 그래서 바닷가에 있는 바위산들이 명산이고, 이런 지점에서 동북아시아의 신선설화들이 발전했다. 중국 산동의 노산이 그렇다. 해상선의 발원지가 바로 노산이다. 조선의 금강산, 남해 금산도 역시 그렇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도솔암 마당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은 정신병 치료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 마음의 병 하나쯤 앓고 있지 않는가.
마음 치료에서 필수사항이라면 풍광이 장엄한 장소를 많이 알아놓는 일이다.
시간 날 때마다 그 장엄한 장소에 달려가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람 소리를 듣고, 바다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

컨텐츠 이미지달마산

신선이 좋아하는 달마산

신선이 좋아하는 산은 대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산들이다. 달마산이 그렇다. 풍수가에서는 ‘천리행룡 일석지지(千里行龍 一席之地)’라고 표현한다. 용맥이 천리를 내려오다가 그 끝머리에 자리 하나를 만든다. 호박 열매가 끝자락에 열리듯이 기운이 뭉친 명당도 끝자락에 만들어진다.
끝이라는 어감은 비장한 감도 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으니 꼼짝달싹 할 수도 없다는 느낌도 준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차원이 열릴 수도 있다. 갈 데까지 간만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궁즉변(窮卽變)이요, 변즉통(變卽通)이라 하지 않았던가. 달마산이 상징하는 것은 이러한 양면성이다. 궁도 있고, 변도 있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 머털도사가 사는 암자

도솔암은 비범한 자리에 있다. 이두호의 만화 ‘머털도사’가 머무르는 암자가 바로 이런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름 위에 솟아있는, 주변에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높은 절벽 위에 있는 암자 말이다. 50~60m 높이의 절벽 위 아슬아슬한 지점에 축대를 쌓아 암자를 지어놓은 것이다. 절벽 위는 마치 거대한 창검처럼 뻗은 바위들이 직립으로 솟아 있고, 그 직립한 바위 속에 조그만 암자를 지어 놓았다. 원래 자연 공간은 겨우 한 칸짜리 암자만 지을 수 있고, 마당은 나올 수 없는 입지였지만, 절벽 틈 사이에 돌 축대를 10m 가량 다져 넣어서 7~8평쯤 되는 마당 공간이 나올 수 있었다. 아래쪽에서 보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거기에 한 칸짜리 자그마한 암자 하나가 자리잡고 있으니, 자연과 인공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100% 자연만 있는 것보다는 이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인공이 약간 섞여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달마산 신선이 산다면 어디에 살겠는가. 이런 곳에서 살아야지.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다를 본다

원래 도솔암 법당 터는 400년 동안이나 비어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암자가 있었지만, 명량해전에서 패한 왜군들이 달마산으로 후퇴하면서 이곳에 있던 암자와 절들을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400년 동안 빈터로 있었다. 터가 좋으니까 무속인들이 몰려와 치성 드리는 장소로 이용되어 오다가, 2002년 조계종의 법조스님이 와서 터를 정화하고 법당을 지었다.
불교의 <관무량수경>이라는 경전에 보면 16가지 관법이 나온다. 관법은 도 닦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일몰관이다. 석양의 해를 바라보는 방법이다. 뜨는 해는 잠깐이지만, 지는 석양은 한 시간 가까이 볼 수 있다. 대낮의 태양은 눈이 부시어 바라볼 수 없다. 그러나 석양은 눈이 부시지 않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석양을 한 시간 정도 바라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평화로운 마음이 든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내가 받은 상처, 내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가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상처들이 치유 받는 시간은 석양을 바라볼 때가 아닐까. 그래서 16관법 중에 제 1번에 올려놓은 것은 아닌지 싶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도솔암 마당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은 정신병 치료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 마음의 병 하나쯤 앓고 있지 않는가. 마음 치료에서 필수사항이라면 풍광이 장엄한 장소를 많이 알아놓는 일이다. 시간 날 때마다 그 장엄한 장소에 달려가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람 소리를 듣고, 바다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

컨텐츠 이미지미황사

컨텐츠 이미지도솔암

검정돼지가 숭어를 껴안다, 영지로 이끈 영몽

법조 스님이 빈터로 남아있었던 달마산 도솔봉에 와서 암자를 짓게 된 사연이 있었다. 2002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통한 꿈을 세 번이나 연거푸 꾸었다. 첫 번째 꿈은 ‘놋쇠 요강’이 나타났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래된 터로 이사 가는 꿈이었다.
옛날에 요강은 여행 다닐 때 휴대하고 다니던 물품이었다.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방에 요강을 두고 잠을 잤던 것이다. 놋쇠는 오래되었다는 뜻으로 해몽했다.
두 번째 꿈은 밑에 소(沼)가 있고, 그 위에 절벽에 칡넝쿨이 있어서 거기에 스님이 매달려 있었는데, 시커먼 용이소에서 올라와 스님 어깨에 기대는 꿈이었다. 도솔암 터에 와서 보니까 법당 터 밑에 물이 나오는 샘터가 있고, 이 샘터 위로는 절벽이니까, 꿈에 본 장면하고 도솔암 터가 맞아 떨어졌다.
세 번째 꿈은 바닷가에서 숭어가 펄쩍펄쩍 뛰어 오르는데, 모래사장을 한참 지나고 보니까, 검정 돼지가 나타나 그 숭어를 껴안았다. 한참 후에 그 검정 돼지가 50대 남자로 변하는 꿈이었다. 이 세 번째 꿈은 미래를 예시하는 꿈으로 해석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경관이 기가 막히고 영험한 터는 반드시 꿈이 있기 마련이다. 영지는 영몽을 꾸게 만든다. 진도와 완도 앞바다에서 올라온 해무가 끼어 있는 달마산 도솔암의 숲길. 군데군데 피어 있는 붉은색의 철쭉꽃을 보면서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명산이 많고, 가볼 데가 많은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

글 :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사진제공 : 해남군청

* 자료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첨부파일#1 : 2017-01-12 10;20;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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