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자가 바이어나 프레스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 큰 메리트가 없더라도 그들은 우리를 찾아 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바이어의 숫자를 늘려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은 세계적인 시장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있어야만, 그들이 바이어를 서울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에는 바이어 생각은 접고 디자이너를 찾고 키우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서울패션위크가 10년이 되었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단 수고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많다. 질책을 하기보단 칭찬하는 것이 성장기 학생들의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씀도 있긴 하다. 하지만 10살 된 아이가 1살 때 보다 얼마나 성장 했을까 생각해보니 칭찬으로 나아질 일은 아닌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우리나라의 문화적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과 행동의 자유도가 얼마나 보장 되는가에 따라 크리에이티브한 분야의 발전과 다양성은 결정된다.
변화의 여지가 별로 없는 똑같은 장소에서 50여명의 디자이너가 쇼를 하고 있다. 패션쇼가 영화인가? 그보다 디자이너들은 왜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패러다임의 쇼를 하고 있을까? 디자이너들은 같은 장소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쇼가 좋을까? 꼭 한국의 결혼식장 같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순서로 진행되고 다음 사람을 위해 급히 장소를 비워야하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의 한국식 결혼 문화와 무척 비슷하다.
지금과 똑같은 형식으로 컬렉션이 진행 된다면, 그 자리에서는 10년 뒤에도 글로벌한 디자이너의 자질을 보일 사람을 찾긴 힘들 것이다. 혹시 자수성가한 해외파 디자이너를 초대하고서 서울컬렉션에서 디자이너를 배출했다고 사기를 친다면 모를까.
10년 전에도 우리나라 패션행사의 가장 큰 문제는 바이어가 없는 것이라고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 10년 후에도 없을 것 같지 않나? 이렇게 쉬운 문제를 정말 모른단 말인가? 바이어가 없는 이유는 관심을 끌만한 디자이너가 없기 때문이고, 10년 동안 생기지 않은 이유는 ‘잘못’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정량적인 기준으로도 좋은 디자이너를 찾을 수는 없다. 스스로 성장해서 자기의 디자인 영역을 확고히 다져가고, 일부의 추종자들이 영향을 주어 디자인이 발전해 나가고 마침내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풍토가 필요하다.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는 그들을 왜 한 장소에 몰아넣어야 하며, 편리함이 크리에이티브를 이길 수밖에 없다고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나?
우리나라의 컬렉션엔 바이어가 오지 않는다.(백 명의 바이어가 왔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해외 전시에는 몇 만 명의 바이어가 다녀간다. 조족지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전 세계에 널렸는데 왜 멀고 먼 서울에 와서 바잉을 하겠나? 현재 수준에서 서울컬렉션이 가져야할 가장 큰 의미는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이다.
주최자가 바이어나 프레스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 큰 메리트가 없더라도 그들은 우리를 찾아 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바이어의 숫자를 늘려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은 세계적인 시장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있어야만, 그들이 바이어를 서울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에는 바이어 생각은 접고 디자이너를 찾고 키우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국가고시로 뽑을 수 없다. 디자이너는 자연과 같다.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자라고, 어느 정도 자라면 그때서야 좋은 재목인지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국가가 할 일은 디자이너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한 장소에 수십 명이 모여서 컬렉션 하는 것을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그는 분명히 잘하는 디자이너의 후광을 얻고 싶어 하는 캐릭터 없는 디자이너가 확실하다. 그런데 잘하는 디자이너가 서울컬렉션 기간에 그 장소에서 하고 싶은 이유는? 그냥 돈이 없어서다. 아니면 또 다른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거나.
서울패션위크를 보고 있으면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행사에 디자이너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거대한 허상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돈을 쥐고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하는 디자이너 세계와 잘 맞지 않는다.
자생적인 여러 성격의 디자이너 단체들을 모두 해체하고, 한곳에 몰아 놓으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디자이너들은 그냥 풀어놓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제안을 연구 해보면 어떨까? 지금 이대로 그냥 둔다면 10년 후에도 같은 고민을 하면서 후회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