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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서 마크 제이콥스는 가장 모범적이며 이상적인 디자이너의 삶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와 남성복 라인, 세컨드 라인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의 아트 디렉터까지 각 브랜드가 주는 다양한 이미지를 넘나들며 전천후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무려 네 개의 브랜드를 지휘하지만 네 브랜드의 성격은 모두 다르면서도 일관된 그의 특징이 드러난다. 그것은 처음 볼 땐 불편한 감정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불편함의 미학
딱히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힘든 이미지다. 굳이 따지자면 겁나 먼 나라의 숲속에 살고 있을 법한 요정이나 어떤 부족민이랄까. 하지만 곧 그의 디자인은 예의 그 사랑스럽고 쿨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제이콥스에 관한 많은 기사들에서 말하는 그의 옷의 쿨한 매력이란 브랜드의 로고를 보이려고 하거나, 억지로 멋있어 보이려고 엄숙하게 꾸미려는 것이 아닌, 편안히 믹스 앤 매치하는 태도들을 말한다.
분명 그의 디자인적 성향은 고전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의 옷은 한눈에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류의 옷은 아니다. 무엇인가 불안정해 보이고 옷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실루엣과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에서 오는 느낌일 것이다. 우선 둥글게 부풀어 오른 아프로 헤어스타일은 사람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여기에 갈색 리본은 뭔가 소녀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전체적인 인상이 둥글둥글해 보이는 것은 머리카락 때문만이 아니다. 그와 대구를 이루는 둥그스름한 어깨와 골반 실루엣이 전체적으로 통일된 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이 의상은 상의와 하의가 독특하다. 셔츠 위로 덧입은 재킷의 어깨는 둥그스름하게 팔 윗부분을 감싼다. 마치 망토나 큰 머리에 쓰기 위한 모자가 어깨에 덮여진 모습 같기도 하다. 이러한 어깨 실루엣과 앞트임이 독특한 바지의 둥근 밑단 라인은 머리와 함께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인상을 형성한다.
색은 어떤가. 다양한 패턴을 쓰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제이콥스 특유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전체적으로 이 옷은 면이 잘게 분할되어 있다. 어깨부분은 무늬가 잘 인식되지 않을 정도의 회색 톤의 체크무늬이다.
몸판은 분홍의 체크이고 바지는 더 채도가 떨어진 갈색의 체크무늬다. 색이 미묘하게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체크무늬다. 결론적으로 재킷과 바지는 저채도의 고명도의 체크무늬들로 그 무늬의 복잡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뭉뚱그려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눈을 파고드는 선명한 초록과 검정의 깅엄체크의 셔츠나 바지단을 장식한 하늘색 선은 전체적으로 흐리멍텅한 옷에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렇게 복잡했던 옷을 지나면 한 동안 쭉 뻗은 미끈한 맨 다리가 나오면서 안정이 되는가 싶더니 아니 이게 뭔가. 마치 털수염이 길게 달린 것 같은 신발이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끝이 아니다. 등에 맨 백팩 뒤로는 흡사 여우꼬리 같은 하얀 털과 태슬 장식이 달랑달랑 따라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의상이 격조 높은 왕실에 납품하는 여행용 가방을 만들던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루이 비통의 무대에 올려진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적이거나 혹은 영화 같거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디자인적인 능력보다 그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 사람들에게 더욱 회자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디자인을 하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삶, 명품 하우스 루이비통의 아트 디렉터, 매력적인 얼굴과 패션 감각, 현대 미술을 즐기는 수집가, 파슨스 스쿨의 졸업 패션쇼로 맺어진 20년 지기 동업자, 잘 생긴 연하의 동성 연인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좋은 예.
한편으론 1년에 16개 컬렉션을 진행해야 되는 초인간적인 삶, 긴 역사에 비해 고루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고가의 가방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일으켜야 했던 34살의 압박감, 170cm가 조금 넘는 키에 약물에 찌들었던 삶, 패리 엘리스를 맡았을 때의 혹평과 쫓겨남, 7살에 여읜 아버지와 정상적이지 못했던 가정사 등의 나쁜 예마저 그의 배경을 장식하는 좋은 예로 편입시킬 만한 주제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린 시절의 성장배경이 그의 디자인 방식을 이해하는데 열쇠가 돼 줄 지 모르겠다. 7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어머니의 문제 많은 재혼 등으로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랄 수 없었다. 그는 점점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데 열중하는 소년이 되었다. 12살이 되면서 할머니와 살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옷을 잘 입고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었다고 한다. 할머니와 쇼핑을 가거나 뜨개질 교실을 갔던 기억들은 분명 그의 재능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대개 공유되는 기억이 있다.
자신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어머니나 할머니, 보물창고 같던 그 분들의 오래 된 옷과 소품들은 분명 아름다움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편안함의 미학
작년 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 또한 첫눈에 ‘아!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바로 나오는 컬렉션은 아니었다. 명쾌하지 않고 뭔가 벙벙한 실루엣, 촌스러운 듯 그런대로 어울리는 다양한 무늬들, 중후하면서 약간 빛바랜 듯 한 색상 등은 확실히 그가 고전적인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는 부류의 디자이너가 아님이 분명했다.
그는 분명 대비감을 심하게 줌으로써 시각에 쾌락을 주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의 동업자 로버트 더피(Robert Duffy)의 표현에 의하면 ‘과도하거나 노골적인 섹시함은 존재하지 않고, 마크의 스케치 역시 긴장감보다는 엇박자의 불완전성을 담고 있어요.’ 라고 마크 제이콥스의 미학관을 설명했다. 그것이 마크 제이콥스의 여성관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완벽한 정장을 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패션쇼 무대에서의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모습으로 꾸민 모델들과 현실에서의 괴리감은 많은 여성들에게 환상을 주는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마크의 믹스 앤 매치는 고띠에의 방식과는 다르게 좀 더 현실적이고 동시대적이다.
‘쇼의 모델들도 지나친 완벽성을 추구하진 않는데다가 그 역시 실수까지도 미학으로 인정하는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으니까요.’라는 더피의 설명으로 왜 많은 여성들이 마크 제이콥스의 옷에 열광하는지 알게 해주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출처 : 패션산업을 보는 눈, 패션인사이트(http://www.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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