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부산역을 지나다 보면 우리나라 전통 문하고는 좀 다른 ''상해문''을 보게 된다. 그 문을 보면서 저 안의 세계는 어떨까 늘 궁금했었는데 마땅히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상해 문 안쪽의 세계는 부산에서 유일한 차이나타운으로 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설치되면서 중국인들이 모여들어 살게 된 곳이라 한다. 처음에는 청관거리라 불렀다가 나중에는 텍사스 거리라 부르고 지금은 상해거리로 불리고 있다.
상해거리는 우리나라의 골목길처럼 꼬불꼬불 하지는 않았다. 도로 폭은 좁았으나 직선의 반듯한 거리였다. 그 거리를 따라 상점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중국음식점, 옷가게, 기념품 가게를 비롯해서 환전소, 화교 유치원과 중학교, 편이점 등이 있다. 60,70년대 지어진 듯한 오래된 건물도 보이고 도심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엉킨 전기 줄도 보인다. 어떻게 보면 도심발전에서 소외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예전의 모습을 잘 간직한 추억의 거리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난 6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가 열렸다. 오전 11시쯤 상해문 안으로 들어가니 거리는 온통 연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가끔씩 알아듣기 힘든 중국어와 러시아 말을 하는 사람들이 보여 외국인 거리라는 게 실감났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주 무대에서는 중국 음식 맛보기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업주들이 탕수육, 팔보채, 난자완스 등 중국요리를 하나씩 성의껏 만들어 축제를 보러 온 시민들에게 조금씩 맛을 보여주는 행사다.

이어서 중국 기예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도중 특별한 묘기가 나오면 시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공연을 구경하는 것도 힘든데 어려운 묘기를 보여주는 어린 기예단의 모습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가끔씩 중국 기예단의 묘기를 보면서 그들의 인내와 노력이 어쩌면 중국을 오늘날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리를 이동해서 상해거리의 패루광장으로 오니 달마도 그리기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었다. 흰색의 천을 땅바닥에 깔아놓고 스님 한 분이 대형 달마도를 그리더니 시민들에게 각자의 소원을 적으라고 한다.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고....
점심시간이 되자 햇볕 내리쬐는 좁은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꽉 찼다. 음식점마다 손님들로 가득 찼다. 어느 만두집은 길 밖에까지 줄이 이어져 있다. 축제기간동안은 음식값이 10% 할인이다. 자장면은 절반이나 할인해서 이천원이다.
좁은 거리에는 별별 구경거리가 많다. 터키 케밥도 있고, 러시아 빵과 중국 왕만두도 있고 중국술과 음료수도 있다. 칼 가는 아저씨도 있고, 머리와 발을 마사지 해주는 아가씨도 있고, 꼬치를 구워서 호객행위를 하는 아줌마도 있다. 마치 재래시장을 한바퀴 돌면서 구경하는 것 같다.
1993년 부산시는 상하이와 자매 결연을 맺었다. 그 후 1998년에 두 도시는 상징적 의미로 상해거리를 만들고 상해 문을 세웠다. 상해 문 건립을 위한 기술자와 재료들은 직접 중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2007년 6월 16일 차이나타운 특구로 지정되어 축제 이름을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 로 부르게 된 것이다.
같은 부산에 살면서 이방인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쉽게 가보지 못한 곳을 이번 축제를 계기로 찾아가 보니 그곳 역시 부산이고 부산시민들이 사는 곳이었다. 소수민족에 대한 나의 편견이 시대착오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좀더 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좀더 가깝게 어울려 그들의 삶과 문화와 정서를 서로 교류해야 할 것 같다. 부산시민들의 많은 협조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